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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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편
조회41회   댓글0건   작성일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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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냥 편 

 

어쩌다 보니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었다. 남편처럼 한 침대에서 항상 나와 등을 맞대고 자는 삼바, 내 찻잔이 맘에 안 드는지 앞발을 벅벅 긁어 묻으려고 하는 시어머니 라라, 전화통화 할 때 대답해주는 말괄량이 수다쟁이 왈츠. 내가 보이지 않을 때면 빼꼼 머리 내밀고 걱정해주는 삼냥이. 침대에 모여 삼삼오오 잠이 드는 한 가족. 그리고 냥이들의 관계도 흐르는 시간만큼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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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내 편 


우리 고양이들은 내 편이다. 또 서로의 편이다. 하긴 인간이 나 하나밖에 없으니 그렇겠지만. 아기 때부터 구조한 4마리 아깽이들 중 내 몸 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거나 어깨에 올라와 자기 얼굴을 들이밀던 유일한 수컷 삼바에게는 냥편이라고 가끔 부른다. 꼭 나와 살을 맞대고 자는 삼바는 나만 바라보며 화 한번 내지 않고 나에게 뭘 시키지도 않는 냥편이다. 삼바 엉덩이의 무게감과 온기는 내 잠자리에 안정감을 준다. 잠에서 깨어 고개를 둘러보면 찌그러져 눌린 삼바 얼굴이 보인다. 냥편이 확실하다. 때로 주인들이 고양이에게 분리 불안증이 생긴다는데 나 역시 하루라도 본가에 내려가 홀로 자는 날이면 잠을 설친다. 냥편이 무게감 있는 엉덩이를 어깨나 옆구리에 턱 올려놓지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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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내 편 

 

제일 덩치는 크나 유일한 수컷인 삼바는 무능력한 남편이자 내 옆을 껌딱지처럼 지키는 ‘냥편’ 같다면 첫째 라라는 삼바 보다는 더 도도하고 무뚝뚝한 느낌이다. 역할로 치면 군기반장이나 시어머니 같달까. 집에서 탈출해 유기된 후 한 살이 조금 못 되어 내게 온 라라는 성질만큼 도도하고 애수에 찬 얼굴을 한 고양이였다. 밥을 잘 못 먹어 듬성듬성한 흰 털 사이로 분홍색 살이 보일 정도였다. 높은 창틀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볼 때 모든 것을 하찮게 보는 고고한 라라의 눈빛이 내게 용기를 줬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감은 잃지 않겠다는 눈빛. 초기에는 항상 화장실 앞에서 샤워 하는 나를 기다렸고 무뚝뚝한 성격 탓에 먼저 안기는 일은 아주 드물었지만 가끔은 두 발을 내 배 위에 올려 관심을 표현하는 정 많고 정의로운 아이다. 라라는 동생들이 생기기 전 잠깐 임시보호를 맡았을 때 다른 성묘와 함께 살았었다. 사실 그 둘은 서로를 싫어했다. 한 마리가 없어진 걸 확인하 자마자 골골 송을 불렀으니까. 생전 처음 다른 고양이라는 존재를 본 업둥이 고양이의 충격은 컸나보다. 질투도 많이 하고 그 히스테리를 가끔 나에게 풀기도 했었는데 그때 바로 겁 많고 소심한 고양이 라라가 달려와 내 편에 서서 하악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무척 감동했다. 그 후 두 동생을 맞이 한 라라는 내 무릎을 다 빼앗은 삼바 군기를 잡아 조금은 편애한 나의 마음을 바로잡게 했다. 또 어느 새벽에는 잠결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난 내가 실수로 삼바의 꼬리를 밟았는데 놀란 삼바가 비명을 지르자 라라는 바로 나에게 하악질을 했 다. 그때 깨달았다. 라라는 정의에 있어서는 대쪽같은 고양이구나. 성묘가 된 두 고양이는 사료를 먹고 아주 가끔 바로 토를 했는데 가끔 내가 모르는 곳에 토를 해놓기도 해서 집에 왔을 때 바로 못 찾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 같은 라라는 나를 쳐다보며 방바닥을 긁어 열심히 덮었고 몸을 돌려 가기 전에 지긋이 날 응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물을 마시기 전에 맘에 들지 않으면 라라는 고요히 날 응시한다. 그 럴 때마다 ‘아, 예. 바로 갈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난 수발을 든다. 가끔 내가 마시려고 만든 차나 음식도 묻으려고 해서 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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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내 편 

 

마지막으로 우리 왈츠는 둘째의 서러움을 느낄 만한 위치 에 있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말이 정말 많아서 대답도 제일 잘하고 활동량도 많다. 전화가 오면 꼭 무릎에 와서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정신이 사납다. 우는 소리가 ‘으앵~ 에 엥~ 네에~’ 이렇기 때문에 아기 키우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전화 통화를 하면 내가 혼잣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대답도 너무 열심히 한다. 내가 누굴 부르든 항상 제일 처음으로 나에게 온다. 삼바와 같은 배에서 나온 오누이지만 (사실 누가 먼저인지 는 모른다. 삼바가 하도 아기같이 굴고 왈츠는 삼바를 그루밍 해주기 때문에 삼바가 최하위 꼴찌라는 것만 짐작한다) 둘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왈츠는 누가 싸우는 걸 싫어한다. 삼바가 내 무릎을 차지하고 나는 삼바의 애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 삼바를 라라가 구박하고 때려서 냉전 중일 때 왈츠는 양쪽을 왔다 갔다 하고 나는 그 셋을 확인하느라 삼중으로 바빴다. 그때 내가 왈츠 덕을 봤다. 뭐랄까 왈츠는 든든한 여동생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책임감 때문인지 이사 와서는 밖에서 소리가 나면 으르렁거리면서 문 쪽으로 가기도 했다. 집도 지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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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아깽이들
 

그래서 난 냥편과 시엄냥 그리고 든든한 냥동생과 산다. 하지만 동시에 셋 다 모두 내 아기들이자 내 재산 1호다. 또한 밥벌이에 필요한 맥북을 침수시키고 안경을 물어뜯어 흠집을 내어 두 동 강 내서 빈티지한 안경 두 개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또 몰래 어딘가에 오줌을 싸놓는 말 안 듣는 막냇동생들이다. 또 외롭고 힘든데 아무도 안 보일 때 부르면 어딘가에서 뿅 하고 나타나 나와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그래도 난 내 고양이들에게 언니나 누나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데 그 이유는 7년 전 직장을 관두고 부모님 집에서 쉴 때 산골에 사연을 가지고 모여 있던 업둥이 강아지 세 마리 때문이다. 부모님은 엄청난 츤데레였는데 ‘언니’ 하길래 누굴 얘기하나 하다가 그게 날 지칭하는 말이란 걸 알고 꽤 속으로 충격을 받았었다. 근데 생각하면 본인들이 엄마, 아빠니까 나까지 개 엄마가 되면 족보가 꼬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나름 유교적이고 타당한 칭호였다. 그리고 동생들은 날 산책시키며 약해진 몸을 회복하는 데 엄청난 공로를 해주었다. 그 이후론 언니라고, 누나라고 스스로를 칭하게 되었다. 먼 훗날 냥편도 시엄냥도 냥동생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게 되면 나를 이끌고 산책시켜줬던 업둥이 개 동생들과 어렸을 적 내 강아지도 만나고 사이좋게 언니 오빠 동생 누나 엄마 아빠 하면서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하면 3마리의 고양이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산속의 업둥이 강아지들도 맘 찢어지게 보고 싶지만 내가 지상의 삶을 다 하고 가면 무지개다리 앞에서 날 반겨줄 거란 이야기 하나가 모든 슬픔을 무지개 아래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여러 역할을 하면서도 끝끝내 애기인 냥들아 매일 매일을 가족의 날처럼 살자. 냥냥. 항상 내 편인 냥편들아.
 

CREDIT

글·사진 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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